2025. 4 월 고침
요택을 건너다
인평대군은 1656 년 음력 11 월 17 일 아침 광녕을 떠나 요택을 가로지른 후 동쪽 끝에 흐르는 요하를 건너 우장에 올라섰다. 광녕부터는 210 리, 연경부터는 1390 리 떨어진 곳이고 21 일 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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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녕 0/1180- 고평관 90/1270/19- 사령역 55/1325/20- 삼차하.우가장 65/1390/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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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세기 중반 광녕에서 동쪽으로 요택.요하를 가로지르는 정황이 어떤지 대군 일기를 보자.
17 일 (신유)
아침에 흐리고, 저녁에 갰다. 밤에 떠났다.
오시에 반산역에 이르러 연못 가에서 얼음을 깨고 점심을 넉고 낮잠을 잤다. 저물녘에 고평관에 이르러 여염집에 유숙했다. 여기는 참이 아니기 때문에 시초를 받지 못했다. 땔나무를 베어서 썼다. 지난번 관을 나올 때는 날씨가 몹시 찼지만 그 후 좀 따뜻해져서 극심한 추위를 면했다. 고평역은 좁고도 누추해서 처음에는 노숙할 생각을 했으나, 때마침 삭풍이 저물녘에 심하게 불어서 할 수 없이 촌가에 투숙했는데 괴로움이 형언할 수 없다. 어제 낮 여양에 이르렀을 때 사람마다 그곳에 머물러 말을 쉐게 하고 이튿날 흑어구의 길을 따라 고평에 이르고자 했으니, 이는 대개 지름길을 취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익히 알고 있었다. 이 길이 비록 광녕대로를 가는 데 비해서 한나절 정도 시간이 단축된다고는 하나, 그래도 1 백 2, 30 리 길이 되어 요사이 같은 짧은 해로는 반드시 밤을 새워 온종일 가야만 고평에 도달할 수가 있다. 더구나 이 길은 여름에는 진창이고, 겨울에는 빙판이어서 말이 미끄러져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려워 온갖 애로가 겹친 곳이다. 광녕 대로는 비록 멀리 돌아가는 길이기는 하나, 여러 참이 있어서 숙식이 편리하다. 그래서 중론에 따르지 않고 대로를 따라서 온 것이다. 이 역에 이르러서 지름길의 형편을 물으니, 요사이는 인적이 통하지 못한다고 했다. 만일 중론에 따랐어라면 중도에서 반드시 크게 낭패할 뻔했다. 옛사람이 경계하는 바, `급하게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라는 것이 진실로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날은 아침에 50 리, 저녁에 40 리를 갔다.
18 일 (임술)
맑음. 아침 일찍 떠났다.
사시에 평안보(平安堡)에 이르러 긴 장벽(墻壁) 가에서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잤다. 저녁에 사령역(沙嶺驛) 성 북쪽 연못 가에서 노숙했다. 부사와 서장관을 권해서 성안으로 보냈는데, 연못에서 성까지 거리가 5리 밖에 안 됐다. 겨울날이라 들에서 거처하는 것이 좋을 것은 없으나, 사령(沙嶺)의 촌가가 좁고 누추하며 날씨가 심히 차지 않기 때문에 노숙한 것이다. 막하 사람들을 모아 저물어 가는 제방에서 얼음장이 떠다니는 것을 구경했다. 밤의 장막 속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꿩을 굽는 것도 객중의 흥취하고 할 수 있다. 이곳은 참(站)이 아니므로, 시초를 받지 못했다. 땔나무를 베어서 쓰게 했다.
이날은 아침에 30리, 저녁에 25리를 갔다.
19 일 (계해)
맑음. 새벽에 떠났다.
오시에 얼음 위로 삼차하三叉河를 건넜다. 강가에서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잤다. 서장관이 찾아왔다. 어제밤 성안에 들어가 유숙한 사람들은 많은 실물失物을 했고, 연못 가에서 노숙한 사람들은 안온하게 밤을 지냈으니, 이것도 또한 조물주가 시기해서일까. 저녁에 우가장에 이르러 동관리 객관에 유숙했다. 삼차하를 건너서 우장에 이르니, 고국이 점점 가까워진다. 나그네 회포를 위안할 수 있었다. 하정이 비로소 제공되었다. 포주包廚를 계속할 수 있어 사람들은 모두 기뻐했다.
이날은 아침에 40 리, 저녁에 25 리를 갔다.
연경길에서 가장 고통스런 로정인 요택을 건너면 고국이 코앞이였으니 안도하고 기뻐할 만도 했을 것이다.
가. 요택
요택은 황하가 요하로 합류하는 지점이고 큰 물길들이라 합류 지점도 동서 폭이 무려 200 리에 이르는 대단히 큰 습지대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요택을 지나는 길은 중앙을 가로지르는 길과 북쪽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는데 대군은 가로지르는 길을 택했다. 요택 여기저기에 얼음이 얼은 빙판길이 있겠지만 진흙수렁과 무릎이 잠길 정도의 물길이 연속되고 모기떼로 인한 고통스러운 여름 같지는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요택 지역이 부각된 고지도를 보자.
- 가칭 <건륭도>
건륭부청주현도지 乾隆府廳州縣圖志
이 책은 홍양길(洪亮吉1746~1809)이 건륭 52년(1787)에 초고를 완성하여 가경 8년(1803)에 간각되었는데, 이는 홍양길 생전의 당대 지리저작으로, 체례는 이길보의 《원화군현지(元和郡縣志)》를 모방하였다고 한다. 양계초(梁啓超)가 말하기를, "건륭 말에 홍치존(洪稚存)(치존은 홍양길의 호이다, 필자주)이 저술한 《건륭부청주현도지(乾隆府廳州縣圖志)》 50권은 《대청일통지(大淸一統志)》의 절본(節本: 발췌본)으로, 자료를 좀더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한 것일 따름이다."라고 하였다. 이 책은 궁중에 비장하고 있는 《일통지(一統志)》의 내용을 민간에 전하여 지리지식의 보급에 유익했다

위 <건륭도>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광녕에서 우장까지의 요택 로정과 주위의 주요 지명.지세를 추기했다.
추기한 청색 실선의 황하 곧 한.당 시기의 대요수는 <수경주/대요수>와 <한서/지리지> 기록에 근거하여 추기한 것이다. <한서/지리지> 요동군 망평현에 주석된 1250 리 길이 대요수는 <수경주/대요수> (주1) 기록과 같이 백평산에서 발원하여 새외를 지나 동남쪽으로 흘러 양평현 서쪽으로 들어오는 대요수와 그 북쪽에 지석산에서 발원하여 새 밖에서 동쪽으로 곧장 흘러 망평현 서쪽을 지난 후 크게 꺽이어 서남쪽으로 흘러 양평현으로 들어와 대요수로 합류하는 지류 요수가 있다. 이후 대요수는 남류하면서 방房.안시安市 등의 현 지역을 차례대로 경유한 후 바다 곧 현토.요동 2 개 현을 경유한 2100 리 길이 염난수로 합류한다.
한편 앞에서 제시한 <경판도>에는 백평산을 경유하는 대요수와 지석산에서 발원한 요수가 구분.묘사되어 있지만 위 <건륭도>에는 묘사되어 있지 않다. 또한 <경판도>에는 대요수가 염난수 상류로 흘러든 것처럼 약간 모호하게 묘사되어 있지만 대요수는 위의 추기와 같이 그 하류의 끝이 요서군 지역인 산해관까지인 염난수의 중류인 요동으로 흘러들었다.
<건륭도>에는 요택 동쪽 끝에 흘러내린 요하의 동쪽 강안 지역에 우장牛莊.해성 등과 전한 시기의 지명인 안시 및 백제 지명 웅악.건안, 통일신라 영역의 영해와 통일신라와 거란.요국의 경계인 요주耀州 등이 표시되어 있다. 대략 2000 여년 간의 원래 지명을 병기한 것이다. 요동을 이해하는데 있어 <건륭도>가 든든한 구원자인 셈이다. 특히 송.명.청 시기 간행된 고지도 중에서 방현 남쪽에 험독현險瀆縣이 표기된 것은 <건륭도>가 유일하다.
사람들은 세부적인 것에 눈을 빼앗기다 보면 거의 대부분 큰 것을 놓친다. 또 눈에 익숙한 것을 오래 보다 보면 판이하게 묘사된 고지도를 보더라도 이미 인식된 지리와 지형을 떠올리며 배척한다. 요하.요양 등의 표시가 있으면 곧바로 지금의 요하와 지금의 요양 지역을 떠올린다는 얘기다. 그러나 홍양길이 묘사한 요하.요양 위치는 지금의 란하 중류 2 개의 승덕이 표시된 곳임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 <건륭도>가 묘사한 범위

주1)
大遼水
[수경]
大遼水出塞外衛白平山, 東南入塞, 過遼東襄平縣西 又東南過房縣西 又東過安市縣西南, 入于海.
[주]
遼水亦言出砥石山, 自塞外東流, 直遼東之望平縣西, 王莽之長説也. 屈而西南流, 逕襄平縣故城西. 秦始皇二十二年滅燕, 置遼東郡, 治此. 漢髙帝八年, 封紀通為侯國, 王莽之昌平也, 故平州治. 又南逕遼隊縣故城西, 王莽更名之曰順睦也. 公孫淵遣將軍畢衍拒司馬懿于遼隊, 即是處也 ... 地理志..房故遼東之屬縣也. 遼水右㑹白狼水, 水出右北平白狼縣 ... 十三州志曰..大遼水自塞外, 西南至安市, 入于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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