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 오늘, 일본군 731부대 생체 실험 사진이 처음 공개됐다
등록 :2018-08-14 14:34수정 :2018-08-14 15:17
일본군 731부대 생체실험 장면 국내 첫 공개 보도
‘끝나지 않은’ 일본군 731부대 인간생체실험 잔혹사
당시 731부대가 잡아들인 전쟁 포로는 세균전용 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실험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731부대는 생체실험 대상자를 가리켜 이른바 ‘마루타’라고 불렀다. ‘마루타’는 일본말로 ‘껍질 벗긴 통나무’라는 뜻이다. 이 섬뜩한 단어는 이들에게 일종의 암호로 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31부대의 만행이 알려지기까지는 4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마저도 일부만 밝혀졌다. 여기에는 731부대를 비롯한 일본군 관계자와 일본 정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라들의 조직적인 증거 은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의 책임 회피는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회피할 수 없는 증거들
마침내 눈으로 확인한 전쟁 범죄의 만행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잔혹했다. 오늘로부터 24년 전인 1994년 8월14일, 일본군 731부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생체실험을 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731부대의 만행, 어떻게 알려졌나
“건강한 인간에 병원체를 보유한 진드기를 빻아 넣어 만든 식염수유제를 주사해 , 유행성출혈열에 감염시킨다. 발병으로부터 5일 이내에 산사람으로부터 내장을 적출, (중략) 병원체가 남아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결국은 산 채로 해부한다. (중략) 패전 직전에는 증거인멸을 위해 이 실험에 이용한 포로들에게 밥에 청산가리를 타 죽이거나 권총으로 모두 사살했다.”
쓰네이시 교수의 연구 보고서에 이어 731부대의 실상을 폭로한 추리소설도 출간됐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1982년 <악마의 포식>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출간한다. 모리무라는 “죽을 때까지 비밀을 지키겠다”고 서약한 731부대 소속의 전직 요원 60여 명으로부터 정보를 얻는 데 애를 먹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이 책은 출간한 지 4개월 만에 70만 부나 판매됐다.
일본의 범죄와 미국의 은폐
일본에서 731부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무렵, 관련자들의 폭로와 생체실험을 입증할 만한 증거들이 쏟아졌다. 옛 731부대 관계자 6명이 당시의 만행을 폭로한 책도 출간됐다. 이들 가운데 여러 건의 해부를 목격했다는 부대원은 “나는 수술용 칼로 생체의 가슴을 절개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대부분의 절개 수술은 마취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됐다”며 “실험 대상자들은 비명을 질렀지만 그 비명은 곧 사라졌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731부대원 일부의 폭로와 계속되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은 책임지지 않았다. 일본군부와 정부는 731부대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전쟁 범죄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731부대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국제 재판에서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군 731부대의 각종 생체실험 자료들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이들의 만행을 은폐해왔기 때문이다.
“전쟁범죄자의 적발과는 별개의 문제이니 안심하고 얘기해주기 바란다 . (중략 ) 대통령에 제출하는 비밀 보고 자료를 작성하기 때문에...”
“이것은 일본인 과학자들이 수백만 달러의 비용과 오랜 세월을 거쳐 얻은 자료다. 이런 정보를 우리 쪽 연구소에서는 얻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인체실험은 양심의 가책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자료를 총액 25만엔 정도로 얻었다. 연구에 투입된 비용을 따져보면 이는 미미한 금액이 될 것이다. 스스로 이런 정보를 제공한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소장 일본군 전쟁범죄 관련 ‘Interagency Working Group(IWG)’문서군 중 한국 관련 자료
<제 731 부대: 일본관동군 세균전부대> 송소석
신동아 2005년 8월 호, <패전 60년, 다시 불거진 일왕 전쟁책임론> 이창위
<역사를 개작하는 우파세력의 최근 동향> 타와라 요시후미
<우리는 가해자입니다> <아카하타신문> 편집국
서이종 교수, 극비 문서 분석
“페스트 벼룩 비밀리 퍼뜨려
중국 지린성 2500여명 사망”
‘마루타 실험’으로 악명 높은 일제시대 일본군 ‘731부대’가 민간지역 주민 전체를 상대로 세균 살포 실험을 했다는 주장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1940년대 중국 전역에 퍼진 페스트균을 일본군이 퍼뜨렸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진술 증거밖에 없어 일본의 일부 연구자들은 “페스트균이 자연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30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서이종 서울대 교수(사회학과)가 발표한 ‘일본 관동군 제731부대의 생체실험의 실험대상자 동원과정과 생명윤리’ 논문을 보면, 731부대는 1940년 6월4일 중국 지린성 눙안현에 페스트에 감염된 벼룩 5g(약 1만~1만2000마리)을 비밀리에 살포했다. 이 살포로 눙안현 주민의 1.5%에 이르는 353명이 감염돼 298명이 사망했고, 눙안현에서 62㎞ 떨어진 신징시(현 창춘시)에서도 28명이 감염되는 등 지린성 일대 주민 25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서 교수는 중국 하얼빈시의 ‘731부대 연구소’에서 보관하던, 731부대 이시이 시로 사령관의 측근으로 알려진 가네코 준이치 소령의 논문 6편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서 교수는 “일본군은 세균의 효과를 검증하면서 중국 본토에서 더 큰 세균전을 준비하기 위해 이런 실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군대의 조직적·체계적인 생체실험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학술회의를 찾은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과)는 “나치 독일의 유대인 생체실험과 달리 일본 731부대가 저지른 전쟁범죄는 처벌도 제대로 안 됐고 연구도 부족하다.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런 만행은 제대로 조사해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30일 끝나는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의 특별기획전 ‘일본 제731부대의 세균전, 기억해야 할 역사 소중한 평화’에서는 부대에서 사용한 세균 배양 상자, 통방이(세균 무기로 사용할 쥐를 잡는 도구) 등 실험 도구와 한국인 피해자 6명의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2013.10.30
'조선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지원이 건넌 란하 (0) | 2018.10.20 |
---|---|
이조선 강역은 남북 4000 리, 동서 2000 리 (19) | 2018.10.20 |
펌 - 항일운동 자금지원한 보천교 (0) | 2017.11.11 |
펌- `독립군 많이 배출한다`고 10만명 학살당한 대종교 (0) | 2016.02.18 |
사사카와재단 블레어 이사장 “한국도 베트남전서 무자비···일본과 마찬가지” (0) | 2016.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