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일본인의 뿌리는 3000년 전 한반도 도래인…유전체로 확인
곽노필의 미래창
현대 일본인 게놈의 80%는 비토착민 계열
고대 유전체 분석하니 한국인과 가장 비슷
- 수정 2024-10-17 09:58
- 등록 2024-10-17 09:30
오늘날 일본은 세계 경제의 중심 가운데 하나이지만 선사시대 일본은 외부와의 교류가 거의 없는 고립된 섬이었다. 약 1만6500년 전에 시작돼 1만년 이상 이어진 이 시기를 조몬시대라고 부른다. 조몬이란 ‘줄무늬’란 뜻으로 이 시기의 대표적 유물인 줄무늬토기를 가리킨다.
약 3000년 전 규슈 북부지역에서부터 벼 농사가 시작되면서 사냥과 채집 위주의 조몬시대는 끝나고 야요이시대(기원전 1000∼서기 300년)가 시작됐다. 이때부터 고훈시대(서기 300∼538년)로 이어지는 1500여년에 걸쳐 대륙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일본 열도로 건너왔다. 한반도의 고조선, 삼한, 가야, 그리고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에 해당하는 시기다.
장구한 세월에 걸쳐 이주민이 유입된 영향으로 오늘날 일본인의 게놈(유전체)에는 후기 구석기 시대에 정착한 토착 원주민 계열인 조몬인보다 이후 도래한 이주민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훨씬 많다. 일본 과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동아시아 및 북동아시아 이주민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게놈의 비율이 80%를 넘는다. 하지만 일본에 정착한 고대 이주민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서 왔는지는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현재 통용되는 가설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야요이시대와 고훈시대 모두 한반도에서 건너왔다는 이중구조론이다. 다른 하나는 야요이시대에는 한반도에서, 고훈시대에는 중국에서 건너왔다는 3중구조론이다.
일본인 조상은 한반도 도래인과 조몬인의 혼혈
도쿄대를 중심으로 한 일본 연구진이 두 가지 가설 중 어느 것이 더 유력한지 알아보기 위해 야마구치현에 있는 2300년 전 야요이시대의 도이가하마 유적에서 출토한 고대 일본인 유골에서 DNA를 추출해 게놈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인간 유전학 저널’(Journal of Human Genetics)에 발표했다.
도이가하마 유적에선 1952년 이후 지금까지 약 300명의 유골이 출토됐다. 도이가하마 야요이인은 조몬인과 비교해 길고 납작한 얼굴을 하고 있으며, 평균 신장이 2~3cm 큰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이를 조몬인, 고훈시대 일본인, 현대 일본인, 동아시아 및 동북아시아계의 고대 및 현대 유전체와 비교했다. 그 결과 오늘날 일본인의 조상이 된 야요이시대 이주민은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래인으로 나타났다. 현대 일본인의 조상은 한반도 도래인과 조몬인의 혼혈이라는 얘기다.
분석 결과 야요이시대 일본인은 조몬계, 동아시아계, 동북아시아계라는 세가지 뚜렷한 게놈 계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것은 고훈시대 일본인이었으며, 이어 현대 일본인, 고대 한국인, 현대 한국인 차례였다.
연구진은 동아시아계와 동북아계의 게놈 성분을 모두 갖고 있는 현대 한국인을 일본 열도에 도래한 집단으로 가정하고, 이 집단이 조몬인과 혼혈했을 경우를 상정해 분석했다. 그랬더니 이 모델이 야요이시대, 고훈시대, 현대의 일본인 게놈 구성을 모두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일본인 중에서 도이가하마 야요이 일본인과 유전적으로 가장 비슷한 집단은 동아시아계 및 동북아시아계 게놈을 모두 갖고 있는 한국인이었다.
왜 이주민 유전자가 80%나 차지할까
연구를 이끈 오하시 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야요이시대와 고훈시대 사이에 일본 열도로 이주한 사람 대부분이 한반도에서 왔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는 야요이시대엔 동북아시아에서, 고분시대엔 동아시아에서 이주민이 왔다는 3중구조론은 실제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연구진이 제시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를 요약하면 이렇다. “동아시아 및 동북아시아 계열 게놈을 모두 갖고 있는 한반도인이 야요이시대부터 고훈시대까지 일본 열도로 지속적으로 건너왔다. 이들은 토착 조몬인들과 혼혈했고, 현대 일본인은 이 혼혈인들의 후손이다.”
이주민이 한반도의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연구진은 야요이시대가 시작된 3000년 전의 고대 한국인 유전체를 다수 분석해 보면 이주민의 출신지역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이주민의 주류를 확인한 만큼, 다음엔 연구 주제를 좀 더 세분화할 계획이다.
오하시 교수는 “다음 목표는 야요이시대 일본인의 유전체를 더 많이 조사해 현대 일본인 유전체의 80% 이상이 이주민에서 유래한 이유와 일본 열도 내에서 조몬 원주민과 대륙 이주민의 혼혈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DOI: 10.1038/s10038-024-01295-w
Genetic analysis of a Yayoi individual from the doigahama site provides insights into the origins of immigrants to the Japanese archipelago. Journal of Human Genetic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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