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중국의 동북공정…"신라 뺀 韓고대사는 중국사"

   

 

中연호로 된 발해역사서 출간…이상훈 교수 확인 

 
동북고대민족역사편년총서. 부여(왼쪽부터), 고구려, 백제, 발해, 거란 편년총서. [이상훈 교수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지난해 부여, 고구려, 백제의 역사를 중국 연호로 정리한 역사서를 펴낸 중국 과학출판사가 발해와 거란의 역사도 같은 방식으로 서술한 사서를 출간한 사실이 확인됐다.

 

중국이 국경 내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자국 역사에 편입하려 했던 동북공정(東北工程)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지 10년이 흘렀으나, 역사 왜곡 작업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상훈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는 중국에서 '동북고대민족역사편년총서'(東北古代民族歷史編年叢書, 이하 편년총서)의 4∼5번째 책인 '발해역사편년'(渤海歷史編年)과 '거란역사편년'(契丹歷史編年)이 지난 3월 발간됐다고 13일 밝혔다.

 

이 책들은 기존에 나온 편년총서와 마찬가지로 중국 연호를 중심으로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고, 한국 사료보다 중국 사료를 중시한 점이 특징이다.

 

또 서문에 "이전 프로젝트의 총결산으로 향후 연구의 기초로서 동북아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문장이 있어 서적 편찬이 동북공정의 연장선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471쪽 분량의 '발해역사편년'은 편년 외에 잡편(雜篇)이라는 장을 따로 할애해 관련 자료를 망라했고, 발해·중국 중원 왕조·일본·신라·고려 순으로 연호를 나열한 '발해 연호 대조표'를 부록으로 실었다.

 

이 교수는 "중국 연호와 신라 연호 사이에 일본 연호를 배치해 의도적으로 발해와 신라 역사를 분리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거란의 역사가 편년총서로 출간된 데 대해 "발해가 멸망한 뒤 부흥운동이 일어났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거란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다고 본 것 같다"며 "거란역사편년에서 거란이 가장 강성했던 10∼12세기 요나라 역사는 거의 다루지 않고 고대사에만 집중한 점도 이상하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장웨이궁(姜維公) 중국 창춘사범대 교수의 주도로 출간이 이뤄진 편년총서는 신라를 제외한 한국 주요 고대국가의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로 인해 부여에서 갈라져 나온 고구려와 백제, 고구려를 계승한 발해, 발해의 영토를 차지한 거란의 역사를 중국 시각에 맞춰 해석하는 기반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백제역사편년'에서 장웨이궁 교수가 "백제 멸망 이후 당 왕조는 웅진도독부를 설치했고, 백제 유민 상당수가 중국으로 이주했으므로 백제사와 중국사는 엄밀히 나눌 수 없다"고 밝힌 점으로 미뤄 앞으로 중국의 아전인수식 역사 해석의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교수는 "편년총서는 중국에서 동북아 역사를 공부하는 학자들이 공부할 때 보는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각종 교양서가 출간되고, 역사 드라마가 제작될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psh5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9/13 03: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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