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이 중국의 지방정권? 한술 더 뜬 중국의 역사 왜곡

 

동북아역사재단 '연구동향'서 분석
"殷 유민, 고조선·삼한 세워" 억지


"고조선은 처음부터 중국 주(周)나라의 지방정권이었다. 삼한은 은(殷)나라의 유민이 한반도로 망명해 성립한 나라였다. 결국 고조선과 삼한 전 영토가 중국사의 일부였다." 한국 상고사에 대한 최근 중국 학계의 인식이다.

고구려를 '중국사의 일부'라고 왜곡했던 중국의 동북공정(2002~2006) 이후, 한국사의 첫 국가인 고조선에 대한 중국 학계의 왜곡 또한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북아역사재단 한중관계연구소는 남북한과 중국·일본 학계의 2000년 이후 고조선 연구에 대해 분석해 지난 21일 출간한 연구서 '고조선사 연구동향'에서 이같이 밝혔다.

북한이 1993년 발굴해 높이 22m, 너비 50m 규모로 다시 쌓은 단군릉의 모습. /조선일보 DB

'한국사는 처음부터 중국사의 일부로서 시작했다'는 이 같은 인식은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국사는 중국사의 일부였다'고 발언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논리는 고대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한반도 북부 지역에 대한 역사적 연고권을 주장하고, 북한 정권 붕괴 시 점령할 수 있다는 역사적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책에서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중국의 고조선사 연구에 '단군조선의 부정' '기자조선의 역사화' '중화 역사로서의 고조선사'라는 세 가지 연구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단군은 신화이기 때문에 기자(箕子) 이전의 고조선은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단군신화 역시 중국 황제(黃帝) 신화나 곰 토템의 아류라는 것. 이어 중국에서조차 일찍이 근대 역사학의 대가 구제강(顧�剛) 등에 의해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판정된 '기자동래설', 즉 은나라의 유민 기자가 동쪽으로 가서 기자조선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무리하게 부활시키고 있다. 조 교수는 "우리 학계가 이미 체계화하고 반론을 제기한 내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한족(漢族) 중심주의' '중화민족주의'와 연결되는 연구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 학계의 대응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 '고조선사 연구동향' 필자들의 분석이다. 북한의 고조선사 연구는 과장이 심해 오히려 중국 측의 왜곡 빌미가 되고 있다. 1993년 평양 '단군릉 발굴'을 기점으로 '고조선 건국 시점은 기원전 3000년대이며 대동강문화는 세계 5대 문명의 하나'라고 하는 북한의 지나친 주장이 국제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학계는 '고조선사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김정배 전 고려대 총장)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준형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장은 "최근 들어 고조선사의 양적 연구는 늘어났으나 획기적인 연구가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박선미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고조선사의 큰 틀에 대한 논의, 쟁점별 심화 연구, 국제적 공동 연구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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